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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응답하는 도시: GPT-기반 관료 시스템의 탄생
2025년, 세계 최초로 '대화형 로봇 정부'를 도입한 실험 도시들이 등장하고 있다. 시민들은 더 이상 민원 창구에 줄 서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GPT-기반 정부 대화 모델에 질문하고, 의견을 제시하며, 정책을 수정 요구한다. 이 시스템은 단순한 챗봇이 아니라, 도시 행정 전체를 운영하는 언어모델 기반 로봇 관료 체계다.
대표적 사례는 아랍에미리트의 실험 도시 ‘알 사칸’ 이곳에서는 쓰레기 수거, 교육 프로그램 변경, 세금 납부 유예 신청, 심지어 소상공인 정책 제안까지도 **GPT-행정 아키텍처(GPT-Gov Architecture)**에 입력된 질의-응답 구조로 운영된다. 이 시스템은 각 부서의 데이터, 법령, 예산, 정책 이력 등을 통합 연동하며, 정책적 응답을 자동으로 생성하거나 수정 제안을 시민에게 돌려준다.
예전의 'AI 행정 자동화'는 사후 업무 단순화를 지향했지만, GPT 거버넌스는 정책의 전주기—from 수요 파악에서 대안 설계, 의견 수렴, 문서 생성, 커뮤니케이션까지—를 직접 수행한다. 행정은 더 이상 관료가 '해주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GPT와 함께 대화하며 공동 생성하는 실시간 협치 모델로 전환되고 있다.
GPT 정부는 응답하는 정부이자, 언어로 정책을 조율하는 새로운 민주주의 플랫폼이다. 여기서 언어는 정보가 아니라 정책의 생성 도구가 된다.
2. 의견이 아니라 명령어: 행정 언어가 코드화되는 순간
GPT 기반 행정 시스템의 가장 획기적인 전환점은 행정 언어가 ‘의사소통’이 아니라 ‘실행할 수 있는 명령어’로 재정의된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민원인이 행정 담당자에게 요청서를 제출하고, 해당 부서는 법률과 절차에 따라 판단한 후 답변을 해주었다. 하지만 GPT 기반 시스템에서는 **사용자의 문장이 곧 정책적 조건을 실행하는 ‘행정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가 된다.
예를 들어, “내 아이가 특수교육 지원 대상인지 확인해 줘”라는 질의는 단순 정보 요청이 아니다. 이 요청은 시스템 내부에서 지원 자격 조건을 자동 추출하고, 가구 소득 데이터·의료기록·지역 프로그램 가능성 등을 연결하여 지원 여부를 판단한 뒤, 관련 서류를 생성해 사용자에게 전달한다. 사용자의 문장은 행정 판단의 ‘질문’이 아닌 **실행을 호출하는 코드 문장(Natural Language Prompt-as-Code)**으로 작동한다.
이때 행정 언어는 더 이상 모호성을 허용하지 않는다. GPT는 ‘정책 문법’에 따라 답해야 하며, 이 정책 문법은 인간이 이해하는 언어가 아니라, 문장을 변수와 조건, 예외 처리 루틴으로 파싱하는 구조적 템플릿 언어다. 즉, 정책의 생성은 텍스트를 통한 협상이 아니라, 프롬프트 최적화에 따른 결정 알고리즘 출력으로 바뀐다.
이는 정책 결정의 책임소재에도 영향을 미친다. GPT가 생성한 행정문서의 내용이 잘못되었을 때, 우리는 ‘프롬프트를 잘못 설계한 사용자의 책임’인가, ‘학습된 모델의 출력 오류’인가, 혹은 ‘정부가 설계한 조건 엔진의 결함’인가를 놓고 다층적 책임 구조를 분석해야 한다. GPT 행정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바로 **‘언어로 무엇을 실행할 수 있으며, 누가 그 실행의 결과를 소유하는가?’**이다.
3. 로봇 관료의 등장: 인간 없는 공공업무의 재정의
GPT 거버넌스가 실제 도시 행정에 통합되면서 등장한 새로운 개념은 **‘가상 행정관(Virtual Bureaucrat)’**이다. 이 시스템은 전통적 공무원의 업무—민원 처리, 데이터 검토, 법령 해석, 정책 초안 작성, 문서 작성, 회신, 그리고 일부 재량행정까지—를 자연어 기반으로 완전히 자동화하는 비인간 관료 기구다.
예를 들어, 한 시민이 온라인으로 “우리 동네의 버스 배차 간격이 너무 길다”라고 제안하면, GPT 행정관은 해당 지역의 교통혼잡도, 예산 여력, 배차 효율성을 평가하고, 유사 지역 정책을 참고하여 3개의 정책 제안 시나리오를 자동 생성한다. 이 시나리오는 시의회에 제출되거나, 일정 기준 이상 시민 추천을 받을 경우 자동 투표 의제로 상정된다.
이러한 자동 행정 구조에서 인간은 입력자와 승인자로 제한된다. 대부분의 정책 옵션은 GPT 행정관이 사전 분석하며, 인간 공무원은 **‘AI의 판단을 무효로 하거나 덮을 권한이 없는 서명자’**로 전락하기도 한다. 이 구조는 행정의 효율성을 극대화하지만, 동시에 ‘책임의 무중력 상태’를 초래한다. 잘못된 정책이 실행되었을 때, GPT는 책임을 질 수 없고, 인간은 개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책임 없는 정책 공간’**이 탄생한다.
이것은 행정철학에 있어 중대한 질문을 던진다. "공공업무란 무엇이며, 공무원이란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 GPT 거버넌스는 행정을 기술화하지만, 동시에 공공성의 철학적 본질을 비워낸다. 우리는 더 빠르게 정책을 만들 수 있지만, 그 정책이 누구의 판단에서 비롯되었는지는 알 수 없게 된다.
4. 정책의 생성과 투표 사이: 실시간 의견수렴형 민주주의 실험
GPT 행정 시스템이 가진 가장 급진적인 실험은 바로 **‘실시간 의견수렴형 민주주의(Real-time Deliberative Democracy)’**다. 이 모델에서 시민은 단지 투표하는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언제든지 시스템에 정책을 제안하고, GPT는 해당 제안의 실행 가능성을 분석한 후, 다른 시민들에게 제안 내용을 공유하거나, 자동 시뮬레이션과 예산 평가를 통해 정책안을 확정된 형태로 돌려준다.
예를 들어, “공공도서관에 24시간 운영 공간을 도입해 달라”는 시민의 제안이 들어오면, GPT는 해당 시설의 운영 시간, 인건비 추정, 과거 유사 제안 이력, 근처 유사 시설 비교 분석, 예상 이용률 예측 등을 통해 정책효과 시뮬레이션을 수행한다. 그 결과가 타당하다고 판단되면, 온라인 시민 투표 시스템과 연동되어 자동으로 의제화되며, 일정 지지율을 넘으면 시 집행부는 ‘민주적 알고리즘의 결과’로 이를 수용할 의무가 생긴다.
이 실험은 민주주의의 고전적 개념인 대표자 선출 → 의회 토론 → 결정이라는 구조를 해체하고, 프롬프트 제안 → 알고리즘 평가 → 시뮬레이션 비교 → 실시간 다수 의사결정이라는 새로운 흐름을 만든다. 이 구조는 소위 **‘대화형 거버넌스 모델(Dialogic Governance Architecture)’**로 불린다.
문제는 ‘시민 의견’이 알고리즘에 의해 **어떤 기준으로 수용되고 배제되는지에 대한 설명 가능성(Explainability)**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시민의 제안이 묵살되었을 때, 그 결정은 누가 내렸는가? GPT가? 입력된 정책 제한조건인가? 이전 사례의 AI 기반 유사성 점수인가? 우리는 여전히 시민의 의사를 반영한다고 주장하는 시스템이 어떤 윤리적 틀로 작동하는지를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5. 언어가 권력이 되는 사회: 신뢰 프레임의 재조정
GPT 거버넌스의 심층적 위력은 기술이 아니라 언어에 있다. 우리는 시스템에 질문을 입력하고, 그 결과로 받은 응답을 정보가 아닌 ‘사실’로 받아들이는 경향을 점점 강화하고 있다. GPT의 답변이 ‘정부의 공식 입장’과 같아질 때, 언어는 단지 소통 수단이 아니라 정책을 형성하고, 권력을 실행하는 명령문이 된다.
문제는 이 언어가 누구의 가치, 기준, 이념으로 훈련되었는가이다. GPT는 다양한 공공 데이터를 학습했지만, 그 안에는 다국적 언어 프레임, 지배 문화의 관행, 특정 정치 체계의 전제가 암묵적으로 녹아 있다. 따라서 GPT의 응답은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것이 아니라, **‘기술적 권력으로 의제화된 세계관’**을 시민에게 제안하는 것이다.
시민은 GPT가 자신을 설득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언어의 객관성에 기대어 정책 결정을 받아들이게 된다. 이는 정치적 대화의 끝이 아니라, 정치적 대화가 자동화된 순간이며, 우리는 GPT의 응답을 정치적 중립이 아닌 권위적 언어모델의 결정물로 해석해야 한다.
GPT 거버넌스에서 신뢰란 ‘이 시스템이 얼마나 정확한가?’가 아니라, ‘누가 어떤 기준으로 이 언어를 만들고 있는가?’에 대한 투명한 해석 가능성에 있다. 시민 민주주의는 더 이상 투표와 발언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우리는 대화 그 자체가 권력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언어 알고리즘을 민주주의의 최전선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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