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기술 혁신 트렌드

2025년 기술, 환경, 건강, 교육, 사회, 산업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 혁신 정보를 공유합니다

  • 2025. 4. 18.

    by. mylover0125

    목차

      1. 노동 없는 노동자: 인공지능의 '준 고용성' 개념이 등장하다

      2025년, 인공지능(AI) 시스템은 단순한 보조 역할을 넘어 고용자와 유사한 업무 수행 주체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특히 고객 응대, 법률 자문, 의료 진단, 콘텐츠 제작 등 고도의 지적 작업에 투입된 생성형 AI는 이미 인간 노동자와 거의 구별되지 않는 생산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 **‘노동은 하지만 노동자가 아닌 존재’**라는 새로운 존재군이 노동시장에 대거 유입되고 있다.

      이 현상은 기존 노동법 체계에 전례 없는 혼란을 야기한다. 노동법은 ‘인간’을 권리와 책임의 주체로 전제하고 설계되었기 때문에, AI가 실질적 노동을 수행하더라도 **법률적으로는 ‘노동자도 사용자도 아닌 제로지대’**에 놓이게 된다. 이 상태를 **“로봇 노동법 제로(Robot Labor Law Zero)”**라고 부를 수 있으며, 이는 현행 법률 구조가 기술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을 정확히 보여주는 용어다.

      이러한 진공 지대는 책임 회피 구조와도 연결된다. 기업은 AI의 실수를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법적 책임을 유예하거나 회피하고, AI는 권리를 요구할 수 없기에 불완전한 의무 수행 주체로만 기능한다. 여기서 인간 노동자는 더블 리스크에 직면한다. 일자리는 대체되지만, 보호받지 않는 구조를 AI와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2. 코드로 쓰는 계약서: 고용관계의 알고리즘화와 법적 맹점

      AI는 단지 노동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관계 그 자체를 재정의하는 구조로 진입하고 있다. 기업들은 인간 직원만 아니라 AI 시스템에도 계약서와 유사한 운용 규정을 설정하고, 내부에서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교체’, ‘폐기’, ‘리셋’과 같은 조처를 한다. AI는 일정한 행위 의무를 수행하며, 일부 시스템은 스스로 학습하여 **성과 기반 평가(Performance-based Scoring)**를 받는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전통적인 고용 계약과 유사한 구조가 생겼지만, 법적으로는 전혀 보호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AI는 고용주가 명령을 내리고, 작업 결과를 평가하며, 필요시 교체하는 통제 구조 안에 있다. 이는 기존 노동법상 ‘근로계약의 실질 요건’을 충족하지만, 법은 이를 인간에게만 적용하고 있기에 사실상 계약은 존재하지만 법적 실체는 없는 상태가 지속된다.

      더 나아가, AI가 인간 노동자를 감시하고 평가하는 시스템으로 활용될 때, **알고리즘적 노동감독권(Algorithmic Managerial Power)**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권력이 출현한다. 이 권력은 전통적 관리자보다 편향 가능성이 높고, 설명 가능성은 다. 그런데 법은 ‘인격 없는 관리자’를 제재할 수 있는 도구를 거의 갖고 있지 않다. 우리는 ‘책임 없는 노동 통제자’와 ‘보호받지 못하는 비노동자’가 같은 공간에 존재하는 노동 생태계를 맞이하고 있다.


      3. 로봇에게 세금을? 비인간 노동력에 대한 조세 정치학

      AI가 일자리를 대체하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로봇세(Robot Tax)”에 대한 논의도 세계적으로 확산고 있다. 이 개념은 AI가 인간 노동자를 대체할 경우 기업이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발상에서 출발한다.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 빌 게이츠가 처음 제안한 이후, 유럽연합과 한국, 캐나다 등에서 실제 입법 초안이 검토된 바 있다.

      하지만 이 개념에는 깊은 법적 딜레마가 있다. 우선, 로봇이 법적으로 ‘노동자’가 아니라면, 노동을 대체했는지 여부를 입증하기 어렵다. 어떤 AI가 어떤 인간의 어떤 업무를 대체했는지의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또한, 로봇세는 인공지능의 생산성을 억제하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그런데 로봇세의 도입은 단순한 세금 문제가 아니다. AI가 수행하는 노동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이는 “노동을 통해 부가가치가 창출되었다면, 그 가치의 일부는 사회 전체에 재분배되어야 한다”는 사회계약론적 관점에서 보면, AI 또한 ‘간접적 사회 계약 대상자’로 간주 수 있느냐는 물음을 제기한다.

      즉, 로봇세는 법적 효율성의 문제가 아니라 AI 노동력에 대한 철학적 주권 논쟁이며, 조세 정의와 자동화 시대의 사회통합 구조를 동시에 재설계하는 도구로 작동해야 한다.

       

       

       

      로봇 노동법 제로: 인공지능 노동과 법의 진공지대

       

       

      4. 디지털 종속계약: 인간과 AI의 하이브리드 고용구조 실험

       

      가장 복잡한 형태는 인간과 AI가 함께 팀을 구성하거나 상호 의존적인 고용구조가 발생하는 경우다. 이를 ‘하이브리드 고용구조(Hybrid Employment Framework)’라 부르며, 이미 콜센터, 보험 청구 처리, 법률문서 리뷰, 교육 분야 등에서 빠르게 확산 중이다. 여기서 인간은 주로 감정적·창의적 판단을, AI는 분석과 반복 작업을 분담한다.

      문제는 이 협업 관계가 형식적으로는 ‘협력’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인간이 AI의 작동 방식에 종속되는 구조로 전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인간은 AI가 산출한 보고서를 수정하거나 해석만 하는 역할에 머물게 되며, 일정 기준을 넘어서면 AI의 판단을 거스를 수 없는 구조적 복종이 생긴다.

      이때 인간은 고용 계약상 ‘결정권자’로 남아 있지만, 사실상 업무 프로세스는 AI가 설계한다. 이는 고용주-피고용자의 역할 구조가 디지털 도구와 합쳐지면서 권력의 실질적 재배치가 일어나는 지점이다. 특히 인간 노동자의 피로도, 감정 상태, 생산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AI 시스템이 도입되면, 인간은 계약상 자유로운 존재이면서도 실시간 관리되는 디지털 종속 객체가 된다.

      이런 상황은 새로운 노동법 카테고리를 요구한다. 우리는 이제 ‘자율적으로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인간’, ‘피고용 된 적이 없지만 일하는 AI’, ‘판단하지 않지만 통제하는 알고리즘’을 동시에 포괄할 수 있는 노동의 복합 법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5. 법의 확장 혹은 붕괴: 진공 지대의 제로 윤리와 법정치학적 결단

      ‘로봇 노동법 제로’는 단순한 법률 미비의 상태가 아니다. 그것은 법이 기술 변화 앞에서 기각되고 있는 상태다. 기존의 법은 책임, 권리, 계약, 주체성 같은 개념 위에 세워졌지만, AI는 이 모든 틀을 흔들고 있다. 우리가 이 상태를 방치한다면, 법은 결국 기술의 기능적 외피로 축소되고, 사회적 조정 도구의 효능을 상실하게 된다.

      여기서 우리가 직면하는 핵심 질문은 “AI에게 권리를 부여해야 하는가?”가 아니다. 오히려 “AI에 의해 대체되거나 지배받는 인간은 어떤 권리를 가져야 하는가?”, “AI가 만든 결정에 대해 책임질 구조는 누가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가?”이다.
      즉, 법의 확장이 아니라 법의 재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선 최소 3가지 법정치학적 결단이 필요하다.
      첫째, **AI 판단에 대한 인간 최종 검토권(Final Human Review Right)**의 입법화.
      둘째, AI-노동 대체 비율에 따른 사회보험 기여 체계의 재설계.
      셋째, AI-인간 하이브리드 팀 구조에 특화된 윤리감시기구의 설치.

      이러한 조치는 기술의 속도를 늦추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법이 기술을 따라가게 하기 위한 시도이며, 인간성을 잃지 않는 자동화 사회를 위한 최소한의 방어선이다.
      ‘로봇 노동법 제로’라는 진공 지대는 결국 우리가 어떻게 사회적 기준을 다시 설정하느냐에 따라, 법 없는 영역에서 무정부 상태가 될 수도, 새로운 윤리와 정의의 실험장이 될 수도 있다.